저는 돈이 없어서 벤츠를 탑니다.

이런 이야기 들어보았나? 요즘 들어 많이 들리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제목과 같이, "돈이 없어서 벤츠를 탄다." 혹은 "돈이 없어서 외제차를 탄다."라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국산 차량의 퀄리티가 좋아졌고 또한 비싸졌다는 이야기이도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 신차를 구입할 때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필자가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신차를 출고하려는 의지가 1도 없는 필자의 이야기이며, 현재 진짜로 돈이 없어서 (중고) 벤츠를 타는 필자의 이야기이다. 

제목같이 어두운 분위기의 W204

필자가 타고 있는 벤츠는 W204, C220Cdi 차량이다. OM651엔진이 적용된, 굉장히 우수한 차량이라고 떠들어봐야, 어차피 중고 벤츠다. 이젠 블랙박스가 설치되어도 보험료가 할인되지 않는, 오래된 차량이다. 나의 벤츠(이하 건방이)는 2010년식이고(2009년형) 12년 이상이 지난차량이기 때문에 블랙박스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출처는 삼성화재. 차량연식 12년 미만의 자동차를 소유한 경우에만 할인해준다.

 

슬프게도, 이 정도 탔으면 바꾸는게 인지상정인데, 날로 오르는 물가와 금리, 그리고 앞으로 준비해야 할 주택구입까지, 사야하는게 너무 많아서 감히 차를 바꿀 엄두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내 차는 OM651엔진이 장착된 벤츠니까, 썩어도 준치라고 자기위로 하며 차를 바꾸고 싶은 내 마음을 꾹 억누른다.

메르세데스-벤츠 OM651 엔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길, 벤츠나 BMW, 아우디와 같은 독삼사와 수입차량은 보증기간이 끝나면 수리비도 유지비도 많이 나오는, 그야말로 돈먹는 하마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반적으로 보증기간이 살아있다면 수입차를 타든, 현대차를 타든, 기아차를 타든 당신은 공식 서비스센터를 갈 것이다. 보증기간이 남아있는데 굳이 사설 수리업자를 찾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타이어를 교환한다거나 하는 등의 누가봐도 저렴한 소모품을 교환할 때는 외부로 가는게 맞겠지만, 정비에 있어서 보증기간이 남아있다면 공식 서비스 센터를 가는 것이 당연하다.

 

보증|메르세데스-벤츠 밴

왜 외제차 수리비가 비쌀까요?

벤츠와 BMW 등의 외제차의 보증기간엔 엔진오일, 미션오일과 같은 케미컬류(메인터넌스)가 포함되어 있어 보증기간엔 반드시 서비스센터를 가는게 당연하다. 심지어 일부 딜러들은 평생 엔진오일 무료 교환권을 주기도 한다. 물론 무료교환이라 하여 차키만 달랑거리면서 가면 조금 낭패를 볼 수 있다. "엔진오일"만 무료 교환이다. 공임비용은 부담하여야 한다. 약 12만4천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일류 교환 조차도 서비스센터에서 하는데, 수리는 당연히 서비스센터에서 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동네 카센터에 내 비싼 벤츠를 맡겼다가 "혹시나 그 사람들이 내 벤츠를 망가뜨리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보증기간이 지나서도 벤츠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사람들만 있는 서비스센터를 가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공식 서비스센터를 보증기간이 지나서 방문하게 되면 엔진오일 교환에만 25~3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가니 헉소리 날 법 하다.

중고벤츠, 타보니 어때요?

2020년 4월에 구입한 필자의 건방이는 19만 8천km를 탄 차로,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벤츠였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중고차의 요건은 우선 저렴하여야하고, 그리고 연식 대비 적당한 주행거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식이 5년이나 지났는데 2만km 밖에 안탄 차가 있다면, 그 차는 좋은 중고차일까? 아니면  7년이 지난, 10만km를 탄 차가 좋은 중고차 일까? 정답은 없다. 다만 필자에게 좋은 중고차라는 것은 적어도 15만km이상을 달린차. 그리고 1년에 2만km 이상을 달린차가 좋은 중고차다. 대부분의 차량의 메인터넌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키로수는 보통 10만km이다. 연료필터를 6만km에 교환하고 미션오일을 보통 12~15만km 정도에 교체하니, 문제가 생길만한 메인터넌스등은 다 교체를 해둔 시점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키로수가 높은 차량의 경우 대부분 고속주행을 저속주행 대비 많이 했다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는데, 평균적으로 자동차의 부품류, 특히 엔진의 부하가 고속주행이 저속주행대비 적다. 즉, 저속주행 10km로 100의 부하를 발생시킨다면 고속주행 10km는 약 50~60정도의 부하가 발생한다는 이야기. 특히나 고속주행은 대부분 정속주행이 많은데 이는 고속도로를 탔다는 이야기이고, 저속주행은 시내를 탔다는 이야기이다. 엔진에 적당하고 일정한 부하를 주느냐, 아니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일정하지 않은 부하를 주느냐는 크게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에게, 필자가 구입한 중고벤츠는 굉장히 매력적인 가격에 매력적인 물건이었고, 그렇게 필자의 품에와서 개고생을 하고 있다. 이제와서 건방이에게 많이 미안하다.

벤츠 C클래스 W204 C220CDI 전기형 중고 구입 후 2만km 주행기

벤츠 C클래스 W204 C220CDI 전기형 중고 구입 후 2만km 주행기

벤츠 C클래스 와이퍼 잡소리를 잡아내다 - 킴블레이드와이퍼 리뷰(내돈내산)

벤츠 C클래스 와이퍼 잡소리를 잡아내다 - 킴블레이드와이퍼 리뷰(내돈내산)

W204 전기형 스마트폰 거치대 핸디핸드 아쉬운점 정리

W204 전기형 스마트폰 거치대 핸디핸드 아쉬운점 정리

2020 신형 BMW Z4 사고대차 후기

2020 신형 BMW Z4 사고대차 후기

 

글을 정리하다보니 사고도 났었고, 장거리도 많이 달렸다. 2020년 4월 19만 8천km에 내게 온 2010년식(2009년형) W204 C220Cdi는 2023년 1월 1일 현재 277,954km로 3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약 8만km정도를 달렸다. 

2023년 1월 1일, 누적주행거리 27만7954km

3년간 중고 벤츠에 지출한 수리비는 얼마나 되나요?

2020년부터 지금까지 한달에 많게는 6천km, 적게는 500km를 달리며 참 많이도 썼다. 주유비만 3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847만원을 지불하였음에도 수리비는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다. 2020년 처음 가져와서 연료필터 교체하고 타이어도 교체하고, 로워암, 스트릿암, 활대, 볼베어링, 엔진오일 교체하고, 오일필터하우징 교체, 냉각수 전체 및 워터아울렛 교체,  발전기(제네레이터), 타이밍벨트, 배터리, 구동벨트까지 교체하였는데 얼마를 지출했을까? 아마 이렇게 수리하였다고 하면 많은이들이 돈천만원 가뿐하게 지출했거니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작업이 300만원이 들지 않았다.

2021년도에도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로우암, 엔진오일, 미션오일, 브레이크 오일, 엔진미미, 미션미미, 타이어, 연료필터, 엔진 헤드커버등 교체했음에도 220만원밖에 지출되지 않았다. 국산차 수리를 해도 이정도 수리 했으면 비슷하게 들 것이라 생각한다.

수리비나 유지비가 생각보다 얼마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주변에 착한 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공식 서비스센터에 들어갔다면, 혹은 주변에 착한 센터가 없었다면 아마 첫번째 큰 수리때 벤츠타기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도 착한 가격에 수리해주시는 분들을 만나 이제까지 큰 부담 없이 수리하면서 타고 있다. 아마 올해에는 하체 잡소리가 또 심해져 하체를 한번 더 올바라시 할것 같지만, 괜찮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클릭하면 어딘지 알려주지~

최근 의도치 않게 자발적으로 크게 해먹은 사건이 하나 있는데, 아침 출근길에 멍한 표정으로 앞쪽 타이어가 펑크난줄도 모르고 출근을 했다가 주저앉아있는 타이어를 발견했다. 그 즉시 생각난게 아... 휠깨졌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었다. 타이어의 마모정도야 어차피 주행이 좀 잦은 내게 큰 걱정은 없었다. 갈려있으면 교체하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이니까. 그런데 휠이 깨지면 이건 좀 불상사라고 볼 수 있는데, 우선 해당 휠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오래된 차량이다보니 같은 휠을 찾기 쉽지 않고, 이 휠 자체가 좀 없는편이라 깨졌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많았다. 심지어 겨울에 이렇게 되버리니, 눈도 자주오는데 어떻게 다녀야하나 하는 고민이 많았다.

타이어 펑크난줄도 모르고 출근하던 멍청이 백발청년

그렇게 또 나만의 센터에 입고를 하였고, 눈을 질끔감고 타이어를 분리하니 수북히 쌓인 가루 아래 휠이 깨진게 보이더라. 단순 크랙정도라 다행인가 싶기도 했는데, 이걸 또 어떻게 복원 작업을 해야하나... 많은 고민이 되더라. 아싸리 휠을 18인치로 인치업을 해야할까 싶다가도, 그냥 어지간하면 그대로 타시는게 어떻겠냐는 사장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땜질을 보냈다. 아마 여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못했겠지. 

내 사랑스런 휠엔 크랙이 생겼고, 이거 땜질하러 간 동안 눈오는 날 템포러리 끼고 다녔다. 

올 겨울은 눈이 참 많이도 왔다. 그렇게 눈이 많이도 오는데 나는 템포러리 타이어를 끼고 왕복 40km를 달렸다. 눈이 와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고속 주행을 할 수 없어서 퇴근길에 울면서 갔고, 살벌하게 떼워놓은 내 휠을 보며 감탄을 마지 못했다. 와... 이렇게도 떼우는구나. 휠 땜질이나 할까....

급하게 땜질 가능한 휠 복원가게를 찾다보니....

현재 27만, 28만에 가까워지고 있는 내 중고 벤츠. 외판도 뼉다구도 괜찮은 "닥신"님의 BMW 520D와는 달리, 앞에도 사고나고 뒤에도 사고나고 앞삼박 뒷삼박 전체 다 먹어버린 내 중고 벤츠. 아, 얼마전에 옆에도 한번 먹었구나. 이상하게 이 차는 내게 돈을 벌어주기도 했다. 사고를 내가 내지 않고 남들이 내 차를 박게 만들어주는 그런 성지 수호신 같은 느낌이다. 누가 앞으로 박아줘서 앞범퍼, 본넷, 라이트 교체도 하고, 옆을 긁어줘서 뒷판 옆판 한번 싹 바라시해주고, 엔진도 좀 고쳐주고, 이래 저래 좋다.

중고 520D를 매우 좋아하시는 닥신님

나는 돈이 없어서 (중고)벤츠를 탄다. 앞으로 한 23만km 정도 더 타고 차를 바꿔볼까 하는데, 과연 내 C클래스 건방이가 50만km를 달릴 수 있을지, 매일 궁금하다. 비록 외판도 뼉다구도 딱히 좋은점 없지만, 내게 너무나 만족스러운 벤츠. "그랜저 들어갑니다. 아반테 들어갑니다." 할 때 "벤츠 들어갑니다." 하는 소리도 너무 만족스러웠고,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내차가 나는 너무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행기, 수리기도 올려야겠다.